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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롤토체스 답사기
[책 리뷰] 공무원이었습니디만 - 마트직원도 공감되는 책 본문
계속 주식책만 보다보니 다른 책도 보고 싶었다. 얼마전에 빌린 2023 경제전망 책이 신간이었는데
그 책 사이에 자사에서 출간한 책 홍보 팜플렛이 작게 꼽혀있었다. 도서관에서 그건 안뺐나보다.
그리고 이 책은 바로 그 팜플렛에 있던 책이었다. 왠지 제목부터 눈길이 갔다.
나도 하루에도 몇번씩 퇴사를 품고 사는 사람이라 왠지 대리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인생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저자는 결혼이라도 했으니 남편 벌이라도 있지 나는 그만두면 아무것도 없다.
대학교 졸업하고 30대 초반까지 이리저리 9번이나 회사를 옮겨다녔다.
33살이 되어서야 지금의 회사로 왔다.
20대 후반, 하루 16시간씩 일했던 회사가 싫었다.
그리고 나서 5년뒤 한살 동생이었던 동기는 점장이 됐다.
나는 버티지 못했고 그 동기는 버텼다.
입사할때 성적도 다 부질없다. 80대1 경쟁율로 공채에 합격했다.
그리고 그렇게 뽑힌 약 100명 정도의 인원이 9박10일 동안 연수를 갔다.
나는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 거기서 또 4등을 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또다시 유통회사에 있다.
33살에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고 41살에 실수령액 230만원을 받고 있다.
이대로라면 어차피 미래는 뻔했다.
그래서 주식을 공부하기로 했다.
주식은 도박이라고도 하지만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도박과는 거리가 멀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학처럼 완벽하게 들어맞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많이 벌게 될 지, 아니면 어디 모텔방에서 연탄 피우고 죽게 될지,그건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도전해본다.일단 한강은 아니다. 춥기도 하고 떨어질 때 너무 무서울 것 같다.
누구나 그렇다.
나는 이걸 잘 못하겠는데 저사람은 참 잘하네.
나는 이렇게 하는게 참 힘든데 저사람은 참 잘하네.
그래서 따라해보고 모방해보기도 한다.
근대 결국 천성이랑 안맞으면 못한다.
못하는걸 넘어서 병이 난다.
물건파는 업종치고 진상들 안오는 곳은 없다.
그중에서 대형마트도 손에 꼽는 빌런천국이다.
아무래도 우리는 천원짜리 만원짜리 등등 싸게 파는게 목적인 곳이다 보니진입장벽이 낮고 입점객이 많다.영수증만 하루에 7천개가 발행되는 우리 매장도 진상들이 많다.한명씩만 와도 7천명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한명씩 오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온다. 저자는 언제나 패배로 끝나는 게임이라는 표현을 썼다.맞는말이다.
생각같아서는 거꾸로 메달아놓고 불태워 죽여버리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음이 너무 분하다.손과 발과 귀를 자르고 혀와 눈을 뽑아 돼지우리에 던져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음이 너무 분하다.그래서 나는 차에 사시미를 가지고 다닌다.퇴근하고 칼을 한번 꺼내서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좀 안정이 된다. 이걸 그냥 확 배때지에 쑤셔버렸어야 하는데 싶은 진상들도 많지만퇴근후에 멋진 사시미를 감상하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본다.혹시라도 사용할지 몰라서 일단 손잡이 부분은 전기테이프로 두툼하고 안밀리게 잘 감아놨다. 언젠가 마트에서 살인사건이 뉴스에 뜨면 그게 나다.
많지는 않지만 나도 어머니께 60만원씩 드린다.
230만원중에 60이면 사실 내입장에서는 큰 돈이다.
그리고 이것저것 쇼핑할 때 엄마가 내 직원카드로 할인받으면 좋아하신다.
그리고 어쨌거나 예전처럼 이리저리 안옮기고 오래 일하고 있음에 좋아하신다.
모르겠다 나도 어쩌다보니 8년째 일하고 있다. 진짜 최장기록이다.
아무튼, 이런 와중에서 그만 둘 수는 없다.
매장에서 분한마음에 사람 죽여봐야 엄마 속만 썩일 뿐이다.
어디 연고도 없는 작은 소도시에서 연탄불 피워놓고 죽어도 엄마 속만 썩일 뿐이다.
나도 안다. 다 망상일 뿐이다.
최소한더러 내 노후, 부모님 노후는 책임지고 싶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한데 주식으로 잘된다한들,
투자금은 어디서 솟아나는게 아니다.결국 일을 하며 내 생활비와 부모님 용돈을 충당하며 거기에 플러스로 투자금도 마련해야 한다.그러려면 일을 안할수가 없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다. 내가 퇴사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이번달에 주식으로만 230을 벌었다고 치자.회사를 다녔으면 월급으로 나왔을 돈이므로 결국 주식으로 한달에 230을 벌었다고 하더라도결국 그 돈은 의무적으로 벌었어야만 하는 돈, 심지어는 퇴사를 안했으면 주식 안했어도 나올 돈이다.그러므로 주식으로 돈을 벌더라도 회사를 다니면서 고정적인 급여로 투자 이외의 부분을 책임져줘야 주식으로 번 돈이 그만큼 값어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이나이에 퇴사하면 어딜 가겠는가.
맞다. 나도 사라지고 싶다. 근대 그게 죽고싶은 거였구나.
나는 원래 40살까지만 살고싶었다.
15살때부터 그랬다. 나도 시간이 지나면 이런생각 안하겠지 싶었다.
단순히 질풍노도의 중2병이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도 그런다.
회사에서 싸인할때도 항상 빨간색으로 싸인한다.
그러면 항상 왜 빨간색으로 싸인하냐고 나한테 물어본다.
나는 "그래야 빨리 죽는데요"하며 덤덤히 대답한다.
저자는 마음이 많이 여린 것 같다.
사라지고 싶은 생각은 하는데 죽일 생각은 안해본 듯 하다.
나는 군대에서도 나를 괴롭히는 4개월 고참에게 어떻게 복수할까 하다가
괜히 어설프게 복수하면 나만 영창가고 이새낀 잘살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죽이기로 결심했다.
취침시간에 몰래 군장에 있던 야삽을 꺼내서 포단 안에 넣었다.
여름에는 근무 교육 훈련이 없을땐 반바지에 메리야스를 입고 슬리퍼를 신는다.
야간근무를 다녀오고 내무실에서 환복할때 같이 근무다녀온 고참들이 의심하지 않게
일단 반바지에 메리야스를 갈아입었다.
그리고 전투화를 신었다. 혹시라도 도망가면 까야되니깐.
그리고 포단 아래있던 야삽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신중하게 대가리를 내리치려던 순간 순찰돌던 당직부사관이 내무실에 들어왔다.
반바지 메리야스에 전투화를 신고 야삽을 든 채 나는 굳어버렸다. 이 타이밍에 당직부사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고이등병이었던 나는 어쩔줄 몰라 그대로 얼어버렸다.얼어붙는건 당직부사관도 마찬가지였다.한참 후 "너.. 뭐해?"라고 당직부사관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다음날 부대에 소문이 쫙 퍼졌다. 영창 갈 줄 알았는데 안갔다. 오히려 머리 식히고 오라고 외출을 보내줬다. 그 다음주에 부모님이 오셨을때는 외박을 보내줬다.그 뒤로 그 고참은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반대로 자살시도를 안해본 것도 아니다.
전역하고 24살 때 나는 수면제 200개를 먹었다.
그때 당시는 약국에서 수면제 1,2개만 팔 수 있는 게 아니라
얼추 10개 정도 들어있는 한 갑? 케이스 하나? 라고 해야되나...
아무튼 그렇게 팔았다. 근대 그 이상은 안팔더라.
자전거를 타고 약국을 돌며 10개 한박스짜리 수면제를 얼추 20박스를 모았다.
집에 와서 전화선을 빼고 문을 잠그고 핸드폰을 끄고 200개를 털어넣었다.
근대 이게 은근히 많아서 한번에 다는 못먹고 두세번 정도로 나눠먹었다.
아, 제일 친한친구한테는 전화를 했다. 이제 나 죽을거라고..
다 먹고 누워서 눈을 감았는데 눈물이 났다.
그리고 두시간 정도 뒤에 눈이 떠졌다.
안죽었다. 잠이 깨버렸다. 근대 순간 누군가 내 심장을 꽉 잡고 있는 것처럼,
숨쉬기가 힘들었다. 이대로는 진짜 죽어버릴 것 같았다.
순간 진짜 공포가 엄습했고 나는 다급히 휴대폰을 켜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엄마 나 수면제 먹었어"라고 말하는데 아뿔싸.
혀가 굳을 줄은 몰랐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혀가 굳어서 발음도 제대로 못하고 어어어어엉어어라고 통화한 것 같다.
엄마는 낌채를 채셨는지 바로 집에 오셨다.
그리고 우리는 택시를 탔고 대학병원에 갔다.
츄리닝에 메리야스만 입은 채로 나는 응급실에 누웠고
흐릿해지는 정신속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아직 채 녹지 않은 하얀색 파란색 핑크색 알약들이 관을 통해 내 몸밖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의사쌤이 말하길 살려는 의지가 강해서 살았다고 한다.
이정도 양이면 치사량이라고 한다.
한번 자살시도를 한 사람은 또다시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정신병원 입원을 권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엄마에게 메달려서 다시는 안그러겠노라 싹싹 빌고 퇴원했다.
내가 병실에 있었던 첫날밤 내 앞에 있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죽기전에 신음하던 그 소리가 정말 소름돋았다. 진짜 죽음의 순간을 처음으로 봤다.
집에와서 빙그레 항아리 바나나우유를 먹었다.
뚱바라고 불리는 이 바나나우유는 나는 터미널바나나우유라고 불렀다.
어릴 적 동네에는 없었고 버스터미널에 가야 있었기 때문이다.
퇴원하고 집에와서 처음 먹은게 이거였다.
그렇게나 맛있을 수 없었다.
나는 지금도 그걸 좋아한다.
그래서 난, 저자 진고로호님의 힘들었던 나날들을,
대바늘에 찔리는 악몽을 자주 꿨던 그 시절의 마음을,
이유없이 눈물이 흐르고 갑자기 숨이 안쉬어지는 순간들을,
말로만 아닌, 실제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저런 내 삶의 우여곡절 뿐만 아니라,
실제로 나는 지금도 가끔 말소리가 안나오고 숨쉬기가 어려우며
오른쪽 눈에서 이유없이 쌩눈물이 흐르며
똑같이 오른쪽 코에서 콧물이 흐른다. 왜 하필 오른쪽인지는 모른다.그냥 가만히 있다가도 가끔씩 그런다. 한 오분정도 그러고 있으면 다시 돌아오긴 하는데그때 만약 계산대 근무중이면 상당히 난감한 경우가 있다.
우리도 그랬다. 정말 희한하게도 진상 혹은 뭔가 까다로운 손님은
꼭 마감직전에 오거나 또는 내가 교대할 때 온다.
마치 사람들이 "야 지금이 마감시간이니까 지금이 진상타임이야 가즈아~!!"하는 것 같았다.
사실 덤덤하게 지난 날들의 나의 흉진 기억들을 말하는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지나간 일이 다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다 지옥같이 보이기도 한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본인이 원해서 태어나지 않는다.
태어남을 당했다. 강요받은 삶인 것이다.
하지만 그 삶 또한 딱 한번뿐이다.
내세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고 일단 내가 아는것은 이 삶이 한번뿐이라는 거다.
그리고 우리네 인생은 기왕 사는거 파이팅해서 살아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위환경이고 뭐고 지랄이고 간에 내가 마음먹으면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물론 장담하건대 아무리 삶이 바뀌더라도
우리가 삼성전자 대주주가 되는 일은 없을거다.
딱히 빈정상한 사람은 없을거라 믿는다.
하지만 최소한더러 애매한 관계의 사람에게
경조사 5만원 낼까 10만원 낼까 고민하지 않고
바로바로 10만원 넣을 수 있는 여유는 될 수 있게 변할 수는 있다.
마지막은 진고로호님께 드리는 응원의 메세지로 갈무리 해본다.
진고로호님 그동안 정말 애쓰셨습니다.
누구보다 고생많으셨고 누구보다 친절하셨습니다.
누구보다 남을 배려해주셨고 누구보다 업무에 충실하셨습니다.
이제 내려놓고 본인이 원하는 일을, 본인이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시길 축원합니다.
그 길이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나아가든 ,
혹은 불구덩이에 마른 장작을 이고 가는 길이든,
마음이 가는 곳으로의 여정이기에 그만한 용기를 함께 가지고 가시길 바랍니다.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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